제2장
흔히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없다’거나 ‘소질이 부족해서 그림을 못 그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제2장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다면 재능이 없다든지 타고난 소질이 부족하다든지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내 글과는 상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면 대체 그런 재능 및 소질이 부족하다는 판단은 어디서 생겨난 것이고, 그 재능과 소질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능으로서의 그림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유아기의 그림은 그 의미도 불분명하지만, 사람의 발달과정에 있어 나와 남이라는 개념이 인지되기 전이기 때문에 다른 그림과 비교를 한다거나 그 비교의 결과로 자신을 평가하는 일도 없다. 소질이 부족해서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을 하는 사람에게 언제 자신이 소질이 없다고 느꼈는지 질문을 던져보면, 대체로 예전에 자기가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다시 자신의 그림이 왜 마음에 안 드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물어보면, 결국 또래의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의 그림에 비해 못 그렸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듣는다. 물론 때로는 비교하고 평가할 필요도 있지만 대체로 그것은 학교에서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하기 위한 것일 뿐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고 표현을 더욱 다양하게 하기 위한, 다시 말해 더욱 나은 다음 그림을 위한 비교∙평가라고는 보기 힘들다. 학교에서의 채점이 원래 가진 목적은 발전을 위한 분석이 맞긴 하겠지만, 정작 돌아오는 것이 숫자만 나열되어있는 성적표라면 누구라도 당장 결과적인 순위와 점수에 먼저 주목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너무 비약적인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피카소의 그림을 잠시(그의 그림은 명작이므로 그를 알지 못해도 시간을 들여 오랫동안 보면 무언가를 느낄 수도 있다) 보여주며 잘 그렸는가 라고 물어보고 점수를 주라고 하면 잘 그렸다는 대답이나 후한 점수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지. 결국 그림에 대한 재능 혹은 소질이라는 것이 진정한 자기 성찰과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 혹은 다른 작가의 그림에 비해, 그리고 성적표에 쓰여진 숫자에 근거해 평가절하된 것은 아닌지, 인터넷이나 다른 대중매체에 숱하게 돌아다니는 이미지에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정작 자신이 손으로 그려낸 그림이 마음에 들 리 없고, 그것을 시간이나 노력의 부족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재능과 소질이라는 말로 방패 삼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재능이 있다면 좀 더 빨리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목적이나 방향감각 없는 재능은 무의미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잘 안 되는가?’라고 묻는다면, ‘예술창조는 힘든 것이니까!’라고 밖에 대답해줄 수 없다.[1]
다르게 생각하면 1살, 2살 때야말로 진정한 작가로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아무런 상관없이 자기 자신 그대로 그림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